소리없는 아우성, 더 마인드(The Mind)

보드게임 2019. 4. 3. 21:37 Posted by 설찬범



  전략, 일꾼 배치, 4X... 보드게임에 장르 목록은 오늘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역학과 본질로만 따지면 어느 정도 비슷한 장르도 있지만, 다른 문화예술이 늘 그렇듯 보드게임도 어느 날 '돌연변이'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그동안 보지 못한 접근법과 디자인은 늘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더 마인드(The Mind)는 일종의 집단 심리 게임입니다. 판데믹처럼 플레이어들이 협력하는 게임은 많지 않았냐구요? 하지만 이건 다릅니다. 과연 아무 소통 없이 팀이 협력할 수 있을까요?


  침묵, 완전한 침묵이 이 게임의 규칙입니다. 아무도 테이블에서 말도, 수신호도, 표정 변화도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의사소통은 전면 금지입니다. 그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보드게임이 되겠군요. 어디 볼까요. 플레이어 네 명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네요. 누가 다음 카드를 낼까요? 확실한 건, 테이블 중앙에 84번 카드가 있다는 겁니다. 이제 남은 목숨은 하나. 무조건 84보다 높은 카드가 나와야 합니다.




  쉬워 보인다고요? 문제는 누가 84보다 높은 카드를 지녔느냐입니다. 내가 90을 가졌으니 바로 내면 되지 않느냐고요? 여기부터 이 게임의 재미입니다. 플레이어들은 84보다 높되 다른 플레이어가 가진 카드보다 높은 것을 내면 안 됩니다. 내가 90을 가지고 있지만, 옆 사람이 88을 가지고 있다면? 앞 사람이 86을 가지고 있다면? 그럼 90을 내는 순간 목숨이 하나 날아갑니다.


  모두 한몸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소통을 못 하다 보니 모두 답답합니다. 물론 누군가 85를 가지고 있다면 바로 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행운이 자주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모두 손에서 카드를 비우면 승리하는데, 그게 끝이 아닙니다. 두 명이면 12레벨까지, 세 명이면 10레벨까지, 네 명이면 8레벨까지 클리어해야 진짜 승리입니다. 플레이어는 레벨 수와 같은 카드를 나눠 받습니다. 즉 1레벨에는 서로 한 장씩, 2레벨에는 서로 두 장씩인 셈이죠. 네 명이 8레벨까지 가면 32장의 카드를 순서대로 놔야 합니다. 물론 아무 의사소통 없이,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말이죠.




  더 마인드는 값이 싼 게임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1부터 100까지 인쇄한 카드랑 라이프를 나타내는 말이 답니다. 좀 불편하겠지만 플레잉카드로 여러분끼리 순서를 정해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조용한 긴장과 눈빛 교환이 이어지는 게임으로, 파티 게임과는 정반대로 스릴을 느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