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학교에서는 '유희왕'이 유행했습니다. 유희왕은 만화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이 한국에 방영하기도 했는데, 만화나 애니를 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유희왕이 만들어낸 그 카드 게임이 진국이었습니다. 카드를 턴마다 가져와서 내려놓고, 카드에 적힌 효과를 일으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고, 공격해서 결국엔 이기는 과정은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카드가 나오는 순서는 무작위라 그때그때 전략이 달랐지만, 덱 자체는 시작하기 전에 정해지므로 어느 정도 추리와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전략과 랜덤성이 잘 버무려진 게임이었습니다. 모든 문방구에서는 유희왕 카드팩을 팔았고, 지금도 귀한 카드는 인터넷에서 비싸게 팔립니다. 좀 유치하긴 하지만 확실히 재밌었습니다.
리처드 가필드는 1993년에 트레이딩 카드계에 혁명을 일으킨 전설적인 매직 더 개더링의 개발자입니다. TCG의 아버지가 된 리처드 가필드는 달무티, 넷러너 등을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밸브의 실패작 아티팩트에 참여했다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과금보다는 순수하게 즐기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제작철학은 그래도 가챠가 지배하는 현대 게임계에선 주워들을 가치가 있습니다. 아티팩트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가필드표 카드게임이 바로 키포지: 콜 오브 더 아르콘입니다.
키포지는 예전 트레이딩 카드과 비교할 때 거의 모든 측면에서 급진적입니다. 제일 특이한 점은 바로 '유니크 덱' 시스템입니다. 이 게임에서 모든 덱은 정말 정말 하나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무슨 덱을 고르든 그 게임에서 그 덱을 고른 사람은 여러분밖에 없습니다. 가능한 조합은 수십억에 달합니다. 이런 덱의 다양성과 대체 불가능성이 키포지의 장점입니다.
덱을 미리 짤 수도 없기에, 키포지를 시작한다면 임기응변과 순발력으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키포지에는 동료, 크리쳐, 기술, 스킬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므로 머리를 굴려서 이길 방법을 찾아보세요. 게임에는 세 '하우스'가 존재하는데, 턴을 시작하기 전에 하우스 중 하나를 골라서 그 안에 있는 것만 조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신중해지세요.
여러 TCG와 다르게 키포지의 카드는 값이 없습니다. 하우스에 있는 카드는 규칙만 맞다면 언제든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달려들지는 마세요. 여러분이 날뛰는 사이 상대는 가만히 숨어 힘을 모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너무 가만히 있으면 승리에 반드시 필요한 '앰버'를 모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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