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기, 전쟁과 기후변화로 망가진 지구에서 인류가 다시 일어섭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패스(Path)라 불리는 네 가지 사상집단으로 갈라집니다. 조화, 지배, 진보, 구원. 네 세력은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의 접점은 '캐피탈'이라 불리는 지구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대도시뿐입니다.
폐허 속에서 발견된 '타임 리프트' 기술로 세력은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찬란한 과거를 이용해 번영할 수도 있지만, 너무 자주 이동하면 시공간 구조가 위태로워집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더 먼 미래에서 온 메시지에 따르면 앞으로 더 큰 재난이 찾아돈다고 합니다. 뉴트로늄이라는 물질을 담은 운석이 지구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이 운석이 내뿜는 신호는 옛날 지구를 쓸어버린 그 재앙과 같습니다...
시간여행을 다룬 보드게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는 Matagot에서 나온 크로노스Khronos가 있습니다. 크로노스는 시대가 다를 세 맵을 놓는 경제게임으로, 과거에 건물을 지으면 그 건물이 남은 시대까지 살아남고 심지어 나중 시대에 지은 상대방 건물을 파괴할 수도(정확히 말하면 존재한 적도 없게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시간여행의 재미란 이렇게 과거의 시간을 바꾸어서 현재를 바꿔버리는 매력입니다.
아나크로니Anachrony의 스토리는 매력보다는 우울에 가깝습니다. 이미 황폐화한 지구 위에서 네 세력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투합니다. 동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조화 세력, 전투함을 타고 무력을 과시하는 지배 세력, 공중도시에서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진보세력, 신께 마음을 맡긴 구원세력. 이들은 캐피탈이라는 도시에만 만날 뿐, 호시탐탐 새 지구를 지배할 세력이 되기 위한 레이스 중입니다. 게다가 이전보다 끔찍한 재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간여행을 제외하면 아나크로니는 일꾼 놓기 게임입니다. 시타델로 보내서 건설, 모집, 연구하거나 폐허를 탐험시켜 자원을 긁어모을 수 있습니다. 일꾼도 네 종류가 있지만, 어느 종류든 엑소슈트를 잘 충전해야 폐허 속에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원을 자기 자신한테서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바로 시간여행 기술을 사용해 미래의 자기 자신한테서 자원을 받는 것이죠. 마치 카드 돌려막기처럼요. 하지만 약속된 그 '미래' 턴이 왔을 때 자원을 과거로 보내지 못한다면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합니다. 패러독스는 점수를 깎아먹는 데다 지을 수 있는 건물을 줄이므로 함부로 미래의 자신한테 손을 벌리면 곤란합니다.
네 번째 턴이 끝나면 소행성이 결국 지구에 충돌합니다. 이제 캐피탈만이 남은 인류의 희망이지만, 모두 살아남을 수는 없습니다. 과연 새 지구의 생존자는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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