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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폐인들의 모임에 무슨 일이?

기타 2019. 5. 17. 17:13 Posted by 설찬범

  사람은 팔 수 없지만 공간은 팔 수 있다. 홍대와 명동에 몰리는 사람을 살 수는 없지만, 홍대와 명동에 있는 건물은 살 수 있다. 아주 비싸겠지만 말이다. 사기만 한다면야 그곳을 들르는 사람을 사는 것이다.


  몰리는 사람은 돈이 되기에 오늘도 사람이 붐비는 땅은 값이 오른다. 가상의 땅도 마찬가지다. 접속자가 몰리는 사이버 공간도 돈이 되기 마련이다. 사이트와 블로그는 돈이 된다. 과연 카페도 그럴까? 카페는 회원이 주기적으로 들락날락거리기에, 회원수가 많다면 공짜 광고판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카페가 부동산처럼 대놓고 매물로 올라오진 않는다. 그러나...


  'CM폐인들의 모임'은 게임 챔피언십 매니저를 주제로 하는 게임카페였다. 챔피언십 매니저는 현재 그 유명한 풋볼매니저로 이름을 바꾸었다. 아무튼 이 중독성 높은 축구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다 보니 회원수가 25만에 달했다. 25만 명이 오가는 거리에 광고판을 걸거나 장사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군침이 고이지 않는가.


  이런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A는 의외로 챔피언십 매니저에 관심이 없었다. 원래 유로파 유니버설리스라는 전략 게임 카페 운영자였고, 친분이 있는 운영자가 소개해 CM폐인들의 모임의 주인으로 덜컥 앉게 된다. 새 운영자는 운영에 소극적이었다. 여기까진 예상이 가능했다. 전략 게임 팬한테 축구 게임 동호회 주인을 시켰으니 말이다. 그러나 일은 더 커지게 된다. 아니, 폭발한다.


  2008년 9월 초, 카페에 날벼락이 떨어진다. B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자기가 이 카페 운영권을 A한테 600만 원을 주고 샀으며, 이 카페는 쇼핑몰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회원은 반발했으나 B는 이미 운영권을 쥔 것인지 항의글을 무더기로 삭제했다.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가 된 과정도 이렇게까지 갑작스럽고 간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회원들은 무더기로 탈퇴했고, 다른 카페를 세운다.


  A는 카페를 판 이유로 어머니 수술비를 들었다. 그러나 훗날 이 수술비를 부정하며, 빚을 갚으려 팔았다고 밝혔다. 어느 쪽이든 회원들을 배반한 것은 틀림이 없으나 애초에 덜컥 맡은 자리니 어떻게든 떼어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소문에 따르면 그 600만도 받지 못했다고 하니 사필귀정일까. 네이버가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네이버는 카페 불법 양도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개입하지 않았다.


  회원들이 떠나고 세운 'FM폐인들의 모임'은 잘 굴러가고 있다. 한편 600만 원에 팔린 CM폐인들의 모임은 2016년 9월 갑자기 자동차 동호회가 되어 버렸다.